외국인 학생과 연구자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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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kills 댓글 0건 조회 1,841회 작성일 20-12-3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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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학부생 정원은 타 대학 정원보다 적고, 전공선택이 자유롭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인기학과(요즘은 AI 관련)로 가고나면, 환경전공을 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습니다. 제 수업의 대부분은 화학공학, 화학, 생명과학과 학생이 수강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실 규모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타대생이나 외국인 유학생을 대학원생으로 받아야 합니다. 포닥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2년 동안 한국인 포닥(연구교수)보다 외국인이 포닥 지원한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다행히 제가 석박사 학위를 받은 포항공대 환경공학부는 학부생이 없는 대학원만 있는 곳입니다. 포항공대 자대생은 거의 진학하지 않고 전국 대학 출신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너무나 다양한 대학과 학과 출신이 모이는 곳에서 7년을 공부하다 보니, 저는 타대생이나 타 전공자가 우리 연구실에 입학하는 것에 대해 별로 거부감이 없습니다.



제가 포닥을 했던 토론토대학이나 비슷한 연구를 하는 해외 연구실을 보면 백인보다는 아시아계 학생이 더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이공계 대학원 진학률이 떨어지고 대신 외국인이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연구중심대학은 아직까지는 버틸만하지만 지방대학 상당수 연구실은 한국인 대학원생은 별로 없고 외국인이 더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교수님들이 외국인 대학원생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고 소규모로 연구실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외국인을 받아야 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인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외국인 학생이 많으면 당장에는 번거로운 일이 많습니다. 외국인 비자, 국내 정착, 학교 행정 처리 등 상당히 많은 부분을 도와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학원에 다닐 때도 외국인 학생과 포닥이 오게 되면 온갖 행정처리와 안내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캐나다에 포닥을 나갈 때는 거의 아무런 도움 없이 제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했습니다. 캐나다 도착 후 1-2주 동안 온갖 시내 관공서와 대학 부서를 찾아 다니면서 정착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한국 지도교수나 학생이 모든 절차를 도와주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언어 문제가 가장 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너무 친절하게 대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외국인 학생은 연구과제의 핵심 역할을 하기 어렵습니다. 과제 제안, 수행, 회의, 보고서 등이 우리말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아마 순수과학이나 실험실에서만 연구를 하는 분야에서는 외국인도 큰 기여를 할 것 같은데, 실제 환경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 있어서 외국인의 역할은 제한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학생과 포닥을 뽑는 이유는 (1) 연구에 대한 동기부여(마치 한국의 2000년대 초중반과 같이), (2) 국제 네트웍을 통한 공동연구, (3) 한국학생들의 영어 사용 일상화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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