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 좋겠네?
페이지 정보
본문
8월 중순에 울산매일에 게재될 기고문입니다.
방학만 했다하면 듣는 질문들... 방학이라 좋겠네? 방학에 뭐하노? (경상도에 살다보니...)
이에 대한 답입니다.
--------------------------------
교수가 되고 나서 “방학이라 좋겠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초중고 선생님들도 자주 듣는 말일 것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냥 좋다고 할지, 사실대로 방학이 더 바쁘다고 할지 고민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교수가 방학에도 바쁜 이유를 모르므로 이에 대해 구구절절이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대학에서는 6월 23일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9월 1일이 2학기 개강일이다. 대학에서는 여름방학이 두 달이 넘다 보니, 교수는 도대체 이 기간에 무엇을 하는지 일반인들이 궁금할 것 같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학기 중과 마찬가지로 방학에도 거의 매일 학교에 출근할 정도로 바쁘다.
이공계 연구중심대학 교수들은 일반 대학보다 강의부담이 적다. 보통 1년에 3~4과목을 담당하므로 상대적으로 교육보다는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방학에는 강의만 없을 뿐이고 논문, 연구과제, 학생지도, 교내 행정, 대외활동 등은 오히려 더 많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여름에 휴가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교수에게는 정해진 휴가기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 의지대로 알아서 쉬면 된다. 그러나 매우 바쁜 생활을 하다 보면 딱히 휴가 날짜를 정해서 한가롭게 지내기 어렵다. 설령 아프거나 집에 일이 있어 출근하지 않더라도 집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출퇴근 시간과 휴가의 자율성은 보장되지만, 그것이 업무시간의 축소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활 자체가 업무의 연속이고 변변한 휴가조차 가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특히, 정년보장 심사를 받지 않은 조교수와 부교수는 연구실적에 목맬 수밖에 없고, 자나 깨나 연구가 우선이다.
방학에는 학기 중에 밀린 논문과 연구 관련 일을 많이 한다. 특히, 논문은 쓰면 쓸수록 어렵다. 전공지식이 많아질수록 논문 완성도에 대한 기준이 올라가다 보니 논문 내용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논문을 이른 시일 내에 완성하기 어렵다. 내가 대학원생 시절에 쓴 논문을 지금 읽으면 부족한 점이 많이 보여 되도록 예전에 쓴 논문은 읽지 않으려 한다. 논문 외에도 글을 많이 쓰게 되는데, 그중의 하나가 이메일이다. 보통 평일 하루에 받는 이메일이 40~50통 정도다. 이미 메일 시스템에서 상당수 스팸메일이 걸렸으므로 대부분은 업무나 연구 관련 메일이다. 이 중에서 실제로 중요한 메일이 20통 정도이고, 직접 답장을 해야 하는 메일이 10통 내외이다. 가끔은 하루 대부분을 이메일을 주고받다가 보낼 때도 있다. 이메일 내용은 학부생 진로상담이나 교내 업무에서부터 외국 연구자와의 연구협의 등 매우 다양하다. 나는 석사과정으로 대학원생활을 시작한 1999년부터 지난 15년 반 동안 연구 관련 이메일을 모두 가지고 있고, 이를 연구노트처럼 활용하다 보니 상당 시간 이메일 작성에 공을 들인다.
대학원생들과 연구에 대해 집중적으로 상의할 수 있는 시간도 방학이다. 학기 중에는 대학원생들도 수업을 들어야 하고 숙제도 많으므로, 본격적인 실험과 논문작성은 방학에 집중하는 편이다. 학회, 워크숍, 세미나, 과제회의 등도 방학 중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학기 중에는 휴강에 대한 부담이 있으므로, 방학 기간에 이러한 학술활동을 많이 한다. 나는 이번 방학 중에만 출장이 10일 정도이고, 외부 연구자를 우리 대학에 초청해서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것이 5회 정도이다. 신임교수 면접과 대학원 신입생 면접전형도 방학 때 주로 이루어진다.
위와 같이 방학에도 매우 바쁘지만, 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시원한 곳에 가서 1박 2일 머리를 식힐 수 있는 MT가 있어서 다행이다. 휴양지에 가서 자유시간도 갖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지난 학기의 개인별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다음 학기 계획도 상의한다(학생들은 싫어할 수도 있지만, 나는 즐거운 시간이다). 이렇게 지내는 것이 내 휴가다. 학회나 세미나 장소에 가서 하루 이틀 지내고 오는 것도 휴가로 여긴다. 앞으로 방학 중에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의 젊은 교수를 만나면 “방학이라서 많이 바쁘시죠?”라고 건네면, 참으로 큰 위로가 될 것이다.
방학만 했다하면 듣는 질문들... 방학이라 좋겠네? 방학에 뭐하노? (경상도에 살다보니...)
이에 대한 답입니다.
--------------------------------
교수가 되고 나서 “방학이라 좋겠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초중고 선생님들도 자주 듣는 말일 것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냥 좋다고 할지, 사실대로 방학이 더 바쁘다고 할지 고민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교수가 방학에도 바쁜 이유를 모르므로 이에 대해 구구절절이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대학에서는 6월 23일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9월 1일이 2학기 개강일이다. 대학에서는 여름방학이 두 달이 넘다 보니, 교수는 도대체 이 기간에 무엇을 하는지 일반인들이 궁금할 것 같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학기 중과 마찬가지로 방학에도 거의 매일 학교에 출근할 정도로 바쁘다.
이공계 연구중심대학 교수들은 일반 대학보다 강의부담이 적다. 보통 1년에 3~4과목을 담당하므로 상대적으로 교육보다는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방학에는 강의만 없을 뿐이고 논문, 연구과제, 학생지도, 교내 행정, 대외활동 등은 오히려 더 많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여름에 휴가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교수에게는 정해진 휴가기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 의지대로 알아서 쉬면 된다. 그러나 매우 바쁜 생활을 하다 보면 딱히 휴가 날짜를 정해서 한가롭게 지내기 어렵다. 설령 아프거나 집에 일이 있어 출근하지 않더라도 집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출퇴근 시간과 휴가의 자율성은 보장되지만, 그것이 업무시간의 축소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활 자체가 업무의 연속이고 변변한 휴가조차 가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특히, 정년보장 심사를 받지 않은 조교수와 부교수는 연구실적에 목맬 수밖에 없고, 자나 깨나 연구가 우선이다.
방학에는 학기 중에 밀린 논문과 연구 관련 일을 많이 한다. 특히, 논문은 쓰면 쓸수록 어렵다. 전공지식이 많아질수록 논문 완성도에 대한 기준이 올라가다 보니 논문 내용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논문을 이른 시일 내에 완성하기 어렵다. 내가 대학원생 시절에 쓴 논문을 지금 읽으면 부족한 점이 많이 보여 되도록 예전에 쓴 논문은 읽지 않으려 한다. 논문 외에도 글을 많이 쓰게 되는데, 그중의 하나가 이메일이다. 보통 평일 하루에 받는 이메일이 40~50통 정도다. 이미 메일 시스템에서 상당수 스팸메일이 걸렸으므로 대부분은 업무나 연구 관련 메일이다. 이 중에서 실제로 중요한 메일이 20통 정도이고, 직접 답장을 해야 하는 메일이 10통 내외이다. 가끔은 하루 대부분을 이메일을 주고받다가 보낼 때도 있다. 이메일 내용은 학부생 진로상담이나 교내 업무에서부터 외국 연구자와의 연구협의 등 매우 다양하다. 나는 석사과정으로 대학원생활을 시작한 1999년부터 지난 15년 반 동안 연구 관련 이메일을 모두 가지고 있고, 이를 연구노트처럼 활용하다 보니 상당 시간 이메일 작성에 공을 들인다.
대학원생들과 연구에 대해 집중적으로 상의할 수 있는 시간도 방학이다. 학기 중에는 대학원생들도 수업을 들어야 하고 숙제도 많으므로, 본격적인 실험과 논문작성은 방학에 집중하는 편이다. 학회, 워크숍, 세미나, 과제회의 등도 방학 중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학기 중에는 휴강에 대한 부담이 있으므로, 방학 기간에 이러한 학술활동을 많이 한다. 나는 이번 방학 중에만 출장이 10일 정도이고, 외부 연구자를 우리 대학에 초청해서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것이 5회 정도이다. 신임교수 면접과 대학원 신입생 면접전형도 방학 때 주로 이루어진다.
위와 같이 방학에도 매우 바쁘지만, 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시원한 곳에 가서 1박 2일 머리를 식힐 수 있는 MT가 있어서 다행이다. 휴양지에 가서 자유시간도 갖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지난 학기의 개인별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다음 학기 계획도 상의한다(학생들은 싫어할 수도 있지만, 나는 즐거운 시간이다). 이렇게 지내는 것이 내 휴가다. 학회나 세미나 장소에 가서 하루 이틀 지내고 오는 것도 휴가로 여긴다. 앞으로 방학 중에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의 젊은 교수를 만나면 “방학이라서 많이 바쁘시죠?”라고 건네면, 참으로 큰 위로가 될 것이다.
- 이전글가을아침-연구와 교육에 대한 생각 14.10.15
- 다음글UEE 랩 인터뷰 14.06.2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