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과학고와 과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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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매일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ulsanmaeil.co.kr/news/view.asp?idx=179711&oidx=98&page=1
과학고와 과기대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도시환경공학부 최성득 교수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이 되면 ‘이제 곧 본격적인 대학입시철이 오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5년 전 수능시험을 마치고 어둑어둑한 길을 터벅터벅 걸었던 쌀쌀한 가을날과, 대학 본고사를 마치고 흰 눈을 펑펑 맞으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온다. 대학을 졸업하고 10년이 넘은 지금도 가끔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악몽을 꾸기도 하니, 입시위주의 교육과 학벌위주 사회에서 나도 나름대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온 것 같다. 앞으로 치열한 입시경쟁을 견디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잠시나마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특히 울산과기대를 포함한 이공계 특성화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과학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울산과기대에서는 약 2주 전에 수시모집 1차 면접이 있었다. 10월 16일에는 입학사정관제 1군(과학영재 및 글로벌리더) 전형이 있었으며, 17일에는 2군(지역고교 출신자) 전형이 진행되었다. 필자는 과학 면접을 담당했는데, 1군 전형에서는 대부분 과학고 재학생들을 심사하였다. 이번 면접에서 가장 놀란 점은 전국에 많은 과학고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당시에는 과학고의 존재도 잘 몰랐고, 대학에 입학해서 만난 과학고 출신 친구들은 서울과학고와 경기과학고 졸업생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과학고가 많다는 것은 전혀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 울산과기대 면접에 전국의 과학고 학생들이 지원했고, 어느 도시에 있는지도 모르는 생소한 이름의 과학고도 있었다. 현재, 전국에는 각 시·도에 21개의 과학고가 있다. 즉, 주요 대도시에는 거의 모두 과학고가 설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과학고라고 하면 극소수의 과학영재를 위한 특수학교라는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이제는 공부 잘하는 중학생들이 진학하는 학교로 이미지가 격하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전국의 과학고 인재들이 울산과기대에 대거 지원한 사실을 볼 때, 울산과기대가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최고수준의 이공계 대학으로 발돋움하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그러나 과연 양적으로 팽창한 과학고가 본연의 임무(과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을 발굴하여 특성화 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에 이바지)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특히, 과학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면접을 하면서 그 실력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확연히 느끼면서 이러한 의구심은 증폭되었다. 과학고에서는 대학교재(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를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일부 학생은 바로 대학 강단에 설 수 있을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여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일반계 고등학교 상위권 수준에서 답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 학생들은 과학고 출신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기초가 약한 경우도 있었다. 내 학창시절과 지금의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점 역시, 과학고를 졸업했다고 해서 특별히 이공계 대학교육에 잘 적응하고 대학원에서 좋은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학고는 과연 소기의 목적대로 이공계 우수인재를 키워내고 있는 것일까? 내 의견이 지극히 주관적인 것인지 확인하고자 과학고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학술논문을 검색해 보았다. 이 논문(서혜애, 손정우, 교육과정연구, 25, 197-219, 2007)에 의하면, “과학고 전문교과의 경우는 3학년에 편성되어 있으나 대부분 학생들이 2학년 이후 조기 졸업하여 실제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며, 교육과정 운영은 과학영재들의 창의성과 탐구능력을 개발하기보다는 희망하는 대학입학 준비를 위해 왜곡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과학고 문제는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교육에 의존해서 과학고를 비롯한 특목고에 입학하고, 각종 경시대회 참가를 통해 소위 ‘스펙’을 쌓고, 선행학습을 통해 대학 1학년 수준의 과학을 미리 공부하고, 고등학교 2학년 마치고 이공계 특성화 대학에 입학하는 시스템이 과연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까? 이공계 기피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증가하는 과학고 졸업생들. 이들을 대거 신입생으로 유치하고 있는 이공계 특성화 대학들. 과학고의 교육과정 운영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과학고 졸업생들을 진정한 과학도와 공학도로 키워내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볼 때이다. 과학고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와 과학고-과기대 시너지를 만들기 위한 대학입시의 개선 등을 위해 과학고-과기대 관계자들의 활발한 교류가 필수적이다.
http://www.ulsanmaeil.co.kr/news/view.asp?idx=179711&oidx=98&page=1
과학고와 과기대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도시환경공학부 최성득 교수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이 되면 ‘이제 곧 본격적인 대학입시철이 오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5년 전 수능시험을 마치고 어둑어둑한 길을 터벅터벅 걸었던 쌀쌀한 가을날과, 대학 본고사를 마치고 흰 눈을 펑펑 맞으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온다. 대학을 졸업하고 10년이 넘은 지금도 가끔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악몽을 꾸기도 하니, 입시위주의 교육과 학벌위주 사회에서 나도 나름대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온 것 같다. 앞으로 치열한 입시경쟁을 견디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잠시나마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특히 울산과기대를 포함한 이공계 특성화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과학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울산과기대에서는 약 2주 전에 수시모집 1차 면접이 있었다. 10월 16일에는 입학사정관제 1군(과학영재 및 글로벌리더) 전형이 있었으며, 17일에는 2군(지역고교 출신자) 전형이 진행되었다. 필자는 과학 면접을 담당했는데, 1군 전형에서는 대부분 과학고 재학생들을 심사하였다. 이번 면접에서 가장 놀란 점은 전국에 많은 과학고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당시에는 과학고의 존재도 잘 몰랐고, 대학에 입학해서 만난 과학고 출신 친구들은 서울과학고와 경기과학고 졸업생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과학고가 많다는 것은 전혀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 울산과기대 면접에 전국의 과학고 학생들이 지원했고, 어느 도시에 있는지도 모르는 생소한 이름의 과학고도 있었다. 현재, 전국에는 각 시·도에 21개의 과학고가 있다. 즉, 주요 대도시에는 거의 모두 과학고가 설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과학고라고 하면 극소수의 과학영재를 위한 특수학교라는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이제는 공부 잘하는 중학생들이 진학하는 학교로 이미지가 격하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전국의 과학고 인재들이 울산과기대에 대거 지원한 사실을 볼 때, 울산과기대가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최고수준의 이공계 대학으로 발돋움하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그러나 과연 양적으로 팽창한 과학고가 본연의 임무(과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을 발굴하여 특성화 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에 이바지)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특히, 과학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면접을 하면서 그 실력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확연히 느끼면서 이러한 의구심은 증폭되었다. 과학고에서는 대학교재(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를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일부 학생은 바로 대학 강단에 설 수 있을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여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일반계 고등학교 상위권 수준에서 답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 학생들은 과학고 출신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기초가 약한 경우도 있었다. 내 학창시절과 지금의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점 역시, 과학고를 졸업했다고 해서 특별히 이공계 대학교육에 잘 적응하고 대학원에서 좋은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학고는 과연 소기의 목적대로 이공계 우수인재를 키워내고 있는 것일까? 내 의견이 지극히 주관적인 것인지 확인하고자 과학고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학술논문을 검색해 보았다. 이 논문(서혜애, 손정우, 교육과정연구, 25, 197-219, 2007)에 의하면, “과학고 전문교과의 경우는 3학년에 편성되어 있으나 대부분 학생들이 2학년 이후 조기 졸업하여 실제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며, 교육과정 운영은 과학영재들의 창의성과 탐구능력을 개발하기보다는 희망하는 대학입학 준비를 위해 왜곡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과학고 문제는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교육에 의존해서 과학고를 비롯한 특목고에 입학하고, 각종 경시대회 참가를 통해 소위 ‘스펙’을 쌓고, 선행학습을 통해 대학 1학년 수준의 과학을 미리 공부하고, 고등학교 2학년 마치고 이공계 특성화 대학에 입학하는 시스템이 과연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까? 이공계 기피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증가하는 과학고 졸업생들. 이들을 대거 신입생으로 유치하고 있는 이공계 특성화 대학들. 과학고의 교육과정 운영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과학고 졸업생들을 진정한 과학도와 공학도로 키워내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볼 때이다. 과학고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와 과학고-과기대 시너지를 만들기 위한 대학입시의 개선 등을 위해 과학고-과기대 관계자들의 활발한 교류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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