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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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kills 댓글 0건 조회 1,400회 작성일 17-07-0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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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는 별로 더운 날이 없다가 7월 시작하자마자 요며칠 갑자기 더워졌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더웠던 몇몇 장면이 생각납니다.



가장 더웠던 기억은 1994년 고3 여름이었습니다. 에어컨도 없이 천장에 달린 선풍기와 바닥에 뿌린 물로 더위와 싸우던 여름. 수능 모의고사를 보면 교복 하복 바지가 땀에 절어서 하얀 소금기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더위에 지쳐 수업 중에도 앞에서 두 줄을 빼고는 대부분의 학생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대학 1학년 여름 방학 중 제주도 MT. 뜨거운 제주의 태양, 밤 바다와 유성들.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많은 별과 유성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포항공대 기숙사에서의 6년. 1999년 여름. 선풍기 없이는 잠을 이룰 수 없어서 근처 효자시장에서 청록색 선풍기를 샀습니다. 기숙사 외벽이 벽돌이고 창문이 너무 작아서 하루 종일 뜨거웠습니다. 연구실에 있다가 밤 늦게 기숙사에 가서 방문을 열 때의 후끈한 공기. 샤워를 하고 선풍기를 켜고 겨우 잠을 청했던 대학원 생활. 아침에 78계단을 올라 연구실에 갈 때면 땀 범벅이 되었던 기억. 후텁지근한 포항의 여름은 참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일년에 몇 번은 포항공대에 갈 일이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캠퍼스가 반갑기도 하지만, 예전에 나름대로 고생했던 곳이라서 항상 마음 한 켠이 아려오기도 합니다. 스물 셋에 내려가서 서른이 되어 떠난 곳. 우리 학생들에게 UNIST의 여름도 비슷하게 기억될런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원 생활도 힘든데 또 매번 이렇게 더운 여름이 오지요. 그래도 연구실과 실험실이 가장 시원하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여름 잘 보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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