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반응 청중"에 관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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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kills 댓글 0건 조회 1,470회 작성일 17-12-0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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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나 발표를 하기 전에 가장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청중, 수강생"의 수준을 파악하고, 적정 수준의 난이도를 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끔 수준파악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역시나 아무리 열심히 강의를 해도 흐릿한 눈동자들과 마주치기 십상입니다. 최대한 쉽게 설명을 하려고 해도 눈빛을 보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학부 수업을 하다가 이런 상황을 많이 경험합니다. 당연히 대학 2-3학년이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설명을 해도 기본 내용을 모르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일을 많이 겪다 보니, 학회나 과제 발표를 할 때면 최대한 쉬운 내용 위주로 발표를 합니다. 어려운 통계결과 등을 보여줘 봐야 대부분 이해를 못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림 위주로 쉽게 설명을 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제 연구결과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라는 걱정도 합니다.



발표 내용의 난이도가 높은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반응(호응)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심이 있어서 모인 것이 아니라 '억지로' 할 수 없이 모인 경우입니다. 주로 단체 행사에 강제 동원된 분들인데, 마치 "예비군 훈련 안보교육할 때 다들 졸거나 스마트폰 들여다 보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런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면 딱히 해결책이 없습니다. 발표 주제는 학술적인 내용으로 정해져 있는데, 갑자기 주제를 바꿀 수도 없고, 개그맨도 아니라 농담만 할 수도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예정된 시간 내내 무반응의 청중을 대상으로 성의껏 발표할 수 밖에 없는데, 끝나고 나면 많이 허탈합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강의 요청을 받고 출장까지 갔는데 이런 경험을 하면 더 어이가 없습니다. 사실 이런 무반응 청중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해당 강연 기획자의 연사 섭외 실수, 연사의 청중 장악 실패가 문제겠지요.



나중에 이런 경험들을 묶어서 환경분야에 특화된 프레젠테이션에 관한 책을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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