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교재 집필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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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kills 댓글 0건 조회 1,461회 작성일 18-06-0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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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서 내 생각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요즘과 같이 홈페이지, 블로그, SNS를 통해서 자기 생각을 널리 알릴 수 있어서 글쓰기의 문턱이 많이 낮아진 것 같기도 합니다. 과거와 같이 손편지를 쓰지는 않지만, 많은 업무를 이메일로 하기 때문에 편지를 더 쉽게 쓰기도 합니다.



연구자에게 있어서 논문을 쓰고 전문 학술지에 게재한다는 것은 해당 전문가 집단에서 인정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아주 기쁜 일입니다. 논문 작성은 당연한 일이며, 본인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공계에서는 객관적인 정량 평가가 중요하므로, 상위권 학술지(저널)에 많은 논문을 게재해야 대학이나 연구소에 취업하기 수월합니다. 논문 실적이 많으면 상위권 대학 출신이 아니더라도 학계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논문을 잘 쓰려면 우선 좋은 연구(실험)결과가 있어야 하고, 다양한 그래프를 작성해서 결과를 잘 나타내야 합니다. 이 정도는 프리젠테이션으로 가능합니다. 연구의 최종 마무리는 "글쓰기"입니다.



이제 UNIST 부임 10년차입니다.

평소 가장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학생들이 작성한 보고서와 논문 초안을 읽을 때 입니다. 연구를 열심히 수행한 결정체인 보고서와 논문을 받으면 기뻐야 할텐데 왜 스트레스를 받을까요?

글쓰기 자체가 엉망이기 때문입니다. 주어-서술어 호응이 맞지 않은 것이 기본이고, 이중 주어, 쓸데 없는 수동태, 구어체, 어울리지 않는 단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오류를 보게 됩니다. 우리말 글쓰기가 이 정도인데, 영어 초록과 논문을 수정할 때는 좌절하기도 합니다. 일부 수정하기 보다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써야 할 때도 있습니다.



대학시절까지 포함해서 제가 지금까지 20년 이상 과학 글쓰기를 했지만, 초록이나 논문을 제출하기 전에 수도 없이 다듬는 과정을 거칩니다. 컴퓨터 화면으로 읽는 것과 프린터로 출력해서 집중해서 읽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중요한 글은 반드시 인쇄해서 읽어 봐야 하고, 최소한 며칠이나 몇 주의 여유를 갖고 교정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은 컴퓨터로 작성한 글을 여러 차례 퇴고 과정 없이 그대로 제게 보내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오탈자와 주술 관계가 엉망인 글을 보낼 리가 없습니다.



학생과 연구결과 자체에 대한 논의할 시간도 부족한데, 비문을 고치다가 시간을 다 보내고 있습니다. 가끔씩 제가 교수인지, 중고생 논술 빨간펜 첨삭 교사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대학원생을 위한 글쓰기 책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지금까지 승진과 정년보장 심사 준비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지만, 이제부터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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