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논문 작업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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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kills 댓글 0건 조회 2,135회 작성일 19-08-2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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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박사과정 학생 논문 수정본을 투고하고, 다른 논문도 수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논문 초안을 쓰는 학생들이 많아져서 논문 파일을 열어 보는 데만 한 달이 걸립니다. 이 기간을 줄이려고 사력을 다하고 있는데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 한두 번은 논문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서 검토해서 수정을 지시하고, 그 이후에는 세세하게 모든 문장을 검토하고 직접 수정합니다. 심할 때는 그림도 직접 수정합니다. 그래서 두 번째 과정이 매우 길고 고통스럽습니다. 학생 논문을 직접 고치는 이 지루한 과정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고치려면, 우선 내용에 대해 확실히 이해해야 합니다. 문법과 표현은 그다음입니다. 그런데 글을 명확하게 쓰지 않으면 내용 자체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영문 논문과 국문 논문이 다르지 않습니다. 흔히 한국 학생들은 국문 논문은 잘 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말로 글을 잘 써야 영어 논문도 잘 쓸 수 있습니다. 영어를 못하더라도 우리말로 논리적인 글을 잘 쓰면 돈을 주고서라도 번역하면 됩니다. 그래서 한글 글쓰기 연습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나중에 논문도 제대로 못 쓰고 엄청나게 고생합니다.



저는 매일 노트북을 들고 출퇴근하면서 언제 어디서라도 학생 논문을 검토합니다. 학회나 출장 갈 때도 항상 노트북을 휴대해서 논문을 고칩니다. 심하면 식당에서도 틈틈이 논문을 고칩니다. 병실 보호자 침대에서도 논문을 썼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렇게 해서 한편 한편 논문을 완성해 왔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제 능력으로는 강의와 행정업무도 하면서 여러 논문을 꼼꼼이 확인할 시간이 없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학부장 등 행정 업무가 많아서 더 시간이 부족합니다.



소위 대가라고 일컬어지는 많은 교수들은 학생 논문을 직접 고쳐줄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때문에 연구교수나 포닥들이 실질적인 학생 지도를 하거나 아예 방임으로 연구실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알아서 논문 작성해서 스스로 투고하는 것 같습니다. 똑똑한 학생들이 저절로 모여들기 때문에 교수가 구체적으로 논문 지도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논문을 쓰게 됩니다. 보통 이런 연구실을 “논문 공장”이라고 합니다. 교수는 대형 과제 수주에 집중하고, 실질적인 연구 지도를 못합니다. 특히, 석사과정 학생은 지도교수와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지도교수와 연구실이 더 좋은지는 모르겠습니다. 많은 교수들이 정교수 승진 이후에 어떤 삶을 살지 고민한다고 합니다. 예전과 별다른 차이 없는 생활, 연구실 규모를 늘리고 대가의 길로 매진, 연구를 놓고 워라밸 추구, 새로운 연구분야 도전, 보직을 맡으며 행정가로 변신, 폴리페서 되기 등이 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는 예전과 차이가 없는 생활을 하는데, 변화가 필요하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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