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연구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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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kills 댓글 0건 조회 2,460회 작성일 13-03-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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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주말에 연구실에 나와서 노래를 들으면서 연구계획서 작업 중입니다.

포항에서 공부할 때는 주말에 거의 혼자 연구실에 있었는데, 요즘에는 주말이나 저녁에는 거의 집에서 일을 하다보니 주말 오후 연구실이 약간 어색하기도 합니다.



저는 대학졸업과 동시에(스물네 살) 포항에 내려가서 서른한 살에 포항을 떠났습니다. 만 7년을 포항공대 기숙사와 연구실에서 보냈습니다. 포항을 떠나며 박사학위 논문 마지막에 "실험하다 보낸 나의 20대 청춘"이라는 문구를 적었습니다. 그렇게 포항을 떠나 캐나다에서 3년, 그리고 울산에서 4년이 지나서 이제 30대도 몇 년 남지 않았습니다.



스무 살 즈음에는 대학입시로 정신없었고,

서른 살 즈음에는 박사학위연구와 프로젝트로 정신없었고,

마흔 살 즈음에는 연구계획서와 학생들 논문 지도로 정신이 없습니다.

쉰 살 즈음에는 또 무엇으로 바쁠까요?



나이를 먹으면 그만큼 아는 것도 많아지고 마음도 넓어지고 깊이 있는 생각을 하면서 살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공부를 해도 해도 너무 모르는 것이 많고, 논문을 쓰면 쓸수록 논문 쓰기는 어렵습니다. 공부할 시간이 많아야 하는데 점점 공부할 시간은 줄어 듭니다.



지난 주 수업시간에 학부생들에게 얘기를 했습니다.

"대학 다닐 때 아니면 전공원서 한 권을 제대로 독파하기가 불가능하다. 대학원생이 되고 나면 대부분 논문을 참고로 연구하고 교과서를 거의 안 본다. 학부 때 제대로 기초가 닦여 있어야 대학원에 와서 고생을 덜 하므로, 중요 과목 교과서를 옛날에 정석이나 성문영어 떼듯이 독파해 봐라. 나이들면 교과서 볼 시간도 없다."

몇 명이나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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