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에 대한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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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kills 댓글 0건 조회 2,156회 작성일 13-06-2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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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환경부 자료를 찾다가 재미있는 보도자료를 찾았습니다.

올해 3월에 환경과학원과 극지연구소가 극지환경 연구를 위한 MOU를 맺었다고 합니다. 기사내용을 보면 "사회적 관심이 높은 지구 차원의 환경오염물질(중금속, POPs 등)과 기후변화 적응 정책 마련이 시급한 물질을 중심으로 연구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http://m.mt.co.kr/new/view.html?no=2013031409088229552



재미있는 사실은 제가 약 3년 전인 2010년 5월에 이미 관련 연구를 극지연구소에 제안했었고, 당시 극지연구소에서는 평가의 공정성을 기한다면서 전혀 POPs 연구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외부평가위원들을 위촉해서 제 연구제안서를 평가했고, 결국 최종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당시 심사위원들의 질문들은 "POPs 때문에 극지에 사는 사람들이 죽지도 않는데 왜 연구하는가?", "POPs가 매우 저농도인데 왜 환경오염이라고 하느냐?", "한국사람이 왜 극지에 가서 그런 연구를 하느냐?"라는 어처구니가 없는 질문을 하면서 연구필요성이 없다고 몰아붙이기만 하더군요. 질의응답을 하면서 '아, 이 사람들은 내 연구주제에 대해서 전혀 관심도 없고, 나를 불합격 시키려고 작정을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평가위원은 제 발표는 하나도 안 듣고 혼자 서류만 뒤적이더니, 발표 끝나고 나서 엉뚱한 소리만 했습니다. 참으로 예의가 없는 경우였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많은 발표들을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엉터리 심사를 받은 경우라서 아주 기억이 생생합니다.



위의 예와 같이 제가 평가 대상이 될 때도 있지만, 교수가 된 후에는 평가를 하는 일이 더 많습니다. 논문심사, 교수채용심사, 직원채용심사, 대학원/학부생 입학-졸업심사, 연구과제 심사 등 온갖 평가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많은 평가를 하다보면, "과연 내가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평가를 하고 있을까? 이 평가방식이 합리적인가?"라는 생각을 종종하게 됩니다. 채점표 기준이 추상적인 경우도 많고, 차등점수 부여기준이 없는 경우도 많아서 심사위원 점수를 합산하는 평가방식의 신뢰성도 의문입니다. 국가기관의 채용이나 연구과제 평가에 있어서도 비슷한 문제들을 보게 됩니다. 최고점과 최하점을 제외하고 평가하는 방식도 있지만, 이 역시 제대로 평가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또한, 정량적인 평가기준이 없고, 정성적인 평가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평가위원 선정자체가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본인의 세부전공을 벗어나면 제대로 평가하기가 매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평가위원의 인력풀의 한계로 인해서 비전공자가 평가위원이 되곤 합니다. 평가를 한 두 사람의 연장자나 목소리 큰 사람이 주도할 때도 있습니다. 다른 평가위원들은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목소리 큰 사람의 의견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평가결과를 그대로 받아 들이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도대체 누가 누구를 심사하는거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수준이하의 사람들이 평가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보다 낮은 평가를 받아도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습니다. 평가의견을 보고 수긍할 점이 있으면 개선하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면 됩니다. 객관식 답안지 채점이 아닌 한, 평가결과를 그대로 믿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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