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영어 쓰는 사람이 싫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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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kills 댓글 0건 조회 2,842회 작성일 13-11-0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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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 연구과제 최종보고회에 참석하기 위해 KTX를 타고 서울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오늘까지 마무리해야 할 학회발표초록을 작성 중인데 계속 전화를 하는 아저씨가 있네요(저도 곧 나이 마흔의 아저씨인데, 이상하게 제가 나이 먹는 건 잘 모르겠습니다. 식당이나 어디 가서 누가 저한테 아저씨라고 하면 다른 곳을 둘러보게 됩니다. 정말 나를 부르는가 하고...)



아무튼 수시로 전화를 하고 있는 아저씨가 분명히 우리말로 대화를 하고 있는데 상당히 영어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단어들이 고유명사도 아니고 그냥 흔히 우리말로 번역될 수 있는 상당히 쉬운 단어들입니다.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영어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거죠.



저도 대학원생들과 실험이나 논문관련 회의를 할 때, 아래와 같은 영어단어가 많이 들어간 표현을 합니다. 의학드라마와 비슷한 상황이지요.



"매스로 분석하기 전에 농도가 너무 낮으면 지시바이알에 인서트를 넣어 농축하고 인터널 스탠다드 제대로 넣었는지 확인하고 리커버리 제대로 나오게 큐에이큐씨해라"



우리말로 더 순화를 하면

"질량분석기로 분석하기 전에 농도가 너무 낮으면 지시바이알에 인서트를 넣어 농축하고 내부표준물질 제대로 넣었는지 확인하고 회수율 제대로 나오게 정도관리를 해라" 정도가 되겠습니다. GC vial과 insert를 우리말로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문용어는 적절한 한글단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말로 되도록 다 변경해서 말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실제로 해외학술지 논문을 쓰거나 학회자료를 영문으로 작성하는 것이 대부분이라서 영어표현이 편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일상적인 대화를 하거나 전화를 할 때는 거의 영어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시로 영어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좋아 보이지가 않습니다. 가끔 회사분들의 회사소개를 들을 때 "커스터머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서, 글로벌 트렌드를 팔로잉하고..."라는 표현을 종종 듣게 되는데, 거북할 때가 많습니다. 강의도 모두 영어로 하고 영어를 쓸 기회가 많은데도 이런 생각을 하다니 모순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우리말과 한글을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어려서부터 경험한 영어, 아니 미국에 대한 동경, 컴플렉스 등이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경제성장으로 인한 생활수준의 향상과 영어의 생활화에 익숙한 지금의 대학생들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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